소개
'패왕별희'는 1993년에 개봉한 중국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첫 개봉 후 2017년에 한 번, 2020년부터 2023년 4월 1일 장국영 추모 20주기까지 매년 열려 총 다섯 번 재개봉이 되었습니다.
패왕별희 의미는 '초(楚)나라 패왕 항우가 우희(우미인)와 이별하다'는 뜻으로 경극 작품 중 대표작을 일컫기도 합니다.
영화 배경
이 영화가 제작되었던 1993년은 아직도 중국이 경직되었을 때라서, 이 영화의 중국 내 상영은 엄격히 제한을 받았습니다.
중국 당국이 문제삼은 표면적인 이유는 동성애와 자살 때문인데 실제로는 문화대혁명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면서 공산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간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제작된지 오래되기도 했고, 국제 영화계에서 상을 많이 받은 수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어서 아무 제한 없이 TV에서 틀어주고 있다고 합니다.
배우 장국영은 중성적인 청데이의 모습과 경극 패왕별희 속 여인인 '우희'의 모습을 완벽히 소화해냈습니다.
장국영이 캐스팅되었을 때 감독 천카이거는 홍콩 배우가 청데이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합니다. 이때 장국영은 자신이 청데이에 적격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엄청 열연을 펼쳤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해외 언론들도 장국영의 연기에 감탄했지만, 이미 아시아 대스타였던 장국영에 대해 '신인 연기자인데 연기력이 너무 훌륭하다'며 이런 배우를 어디서 발굴했냐고 묻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답니다
줄거리
1977년, 청데이와 단샬로는 10년 만에 만납니다.
이들은 20년 전에 경극을 그만두었는데 당시추억을 회상하며 다시 경극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1925년, 두지(청데이 아명)는 베이징 경극학교에 들어옵니다. 창녀인 어머니가 더 이상 기를 수 없기에 여기 맡겨진 것입니다. 처음에 그가 육손이라 들어올 수 없다고 하자 어머니는 그의 손가락을 잘랐고, 겨우 훈련소에 들어온 두지를 시투(단샬로 아명)가 돌봅니다.
두지는 여리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미소년이었고, 여기저기서 짓궂은 장난을 당합니다. 그런 두지를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며 그의 마음을 열어주는 한 소년이 있었는데 경극학교에서 누구보다 씩씩하고 듬직한 시투였습니다.
길고 힘든 훈련과정을 겪으며 성장한 그들에게 경극 배역이 주어지게 되고, 드디어 경극의 주인공을 맡습니다.
두지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었지만 유독 특정 대사를 제대로 읊지 못했습니다.
극의 대사는 "나는 원래 계집아이로 태어나서 사내아이가 아닌데"였는데 " 나는 원래 사내아이로 태어나서 계집아이가 아닌데"로 읊었습니다.
부유한 후견인 ‘장 내관’의 방문이 있던 날. 두지는 또 대사를 틀렸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습니다. 이대로 장 내관이 돌아간다면 두지는 심한 폭력을 당하거나 쫓겨날 게 분명했고, 시투는 두지를 위해 제대로 연기하라며 담뱃대로 입안을 쑤십니다. 피를 머금은 입술로 두지는 다시 연기를 시작합니다.
두지는 그렇게 여주인공 ‘우희’역을 받아들였고, 여자처럼 경극에 나서야 하는 것을 받아들인 두지는 많은 것이 변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돌봐준 시투에 대한 정이 쌓이면서 다른 감정도 싹틉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나라 권력자를 위해 공연 갔다가 두지는 성폭행을 당하게 됩니다.
너무 예쁜 그를 탐하는 권력자에게 불려 가 강제로 강간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날 밤, 두지는 길에 버려진 아기를 주워 키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서는 두지의 아들로 키워집니다.
1937년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던 때, 청데이(두지)와 단샬로(시투)는 경극을 하면서 유명해집니다.
청데이는 경극 배우가 되어 단샬로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샬로는 홍등가에서 유명한 기생 ‘주샨’에게 마음을 뺏기게 되고 결혼을 약속합니다.
자신의 전부였던 단샬로를 다른 여인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청데이는 불안해하며 평생 함께 노래하자고 합니다.
단샬로는 그런 청데이에게 ‘경극에 미쳤다’며 청데이를 두고 떠나버립니다.
단샬로는 노래를 그만두고 혼인을 했고, 청데이는 깊은 상실감에 빠져 아편에 손을 댑니다.
1945년 일본군이 물러가고 본토는 다시 국민당이 점거하게 되면서 대대적으로 친일 행위를 벌인 사람들은 간첩 행위로 기소당하게 됩니다. 청데이는 일본군을 위해 노래했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기소되고,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합니다.
그러나 국민당의 한 고위 장교가 청데이의 연기를 보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다행히 다시 풀려나게 됩니다.
1949년 국공내전 때 국민당은 몰락하고, 본토는 공산화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중국은 다시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열렬한 공산주의자인 양자 서의 냉철한 비난과 힐난을 받고 청데이는 경극 배우 생활을 청산합니다.
1966년 중국에는 문화 대혁명이란 것이 일어나는데 기존 전통문화를 비판하는 공산독재 운동이었습니다.
경극은 금지당하고, 아들 서가 활동하던 홍위병은 청데이와 단샬로를 끌어내서 인민재판을 했습니다.
공포스러운 위협 앞에서, 단샬로는 청데이가 동성애자라고, 청데이는 단샬로의 아내가 매춘부였다고 서로를 폭로합니다. 그러자 단샬로는 한 번도 부인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풀려났지만, 단샬로의 아내 주샨은 목을 매고 자살합니다.
문화 대혁명의 풍랑이 잦아든 1976년. 텅 빈 경극장을 함께 가는 청데이와 단샬로는 패왕별희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경극의 절정이 됐을 때, 청데이는 정조를 지키기 위해 자살하는 우희처럼 단샬로의 칼을 빼서 자신을 찌릅니다.
단샬로의 절규 속에 영화는 끝이 납니다.
총평
루튼토마토 신선도 87% 관객점수 93%로 높으며 전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1993년 제46회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피아노>와 공동수상했으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비영어 영화상을, 골든글로브에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에도 뽑혔으며 타임지선정 100대 영화에도 선정되었습니다.
나의 리뷰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명작입니다.
격변하는 시대, 역할에 동화되어 살아야 했던 경극배우의 파란만장 인생...
중국 역사와 거기에 맞춰 살아가는 예술인의 삶을 잘 표현한 영화로 장국영이 더 아깝고 그리워지는 영화입니다.
다시 한번 꼭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