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졸업'은 1967년 미국 모험, 멜로 영화로 우리나라에선 1971년 첫 개봉 후 2020년과 2023년에 재개봉한 작품입니다.
원제 the graduate를 올바르게 번역하면 졸업이 아니라 졸업생이지만, 그 당시 국내에 수입되는 각종 미디어들이 그랬듯 일본 제목을 한국에서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영화 배경
원작은 미국 소설가 찰스 웨브가 1963년에 발표한 동명의 장편소설입니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주인공으로 미남 톱스타였던 워렌 비티와 로버트 레드포드 중 한 명을 하려고 했는데 비티는 다른 영화 출연 중이라 거절했고, 로버트 레드포드는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감독 본인이 안 되겠다고 했는데 잘생긴 레드포드에게서 주인공 벤저민의 루저스러움이 잘 나타나지 않아서였다고 합니다.
결국 무명이었던 더스틴 호프먼이 주인공이 되는 행운을 얻습니다.
이 영화에서 제일 유명한 장면은 바로 엔딩신인데 이 장면입니다.
사실 저 엔딩 장면은 의도된 연출이 아닌 NG였습니다. 배우들이 서서히 굳어지는 표정을 보인 이유는 감독이 컷 사인을 하지 않고 계속 촬영을 하길래 배우들이 당황해 서로 뻘쭘한 상태로 신호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NG 난 촬영분을 보니, 오히려 더 괜찮은 결말이다 싶었던 감독이 음악의 싱크를 이 장면 길이에 맞춰 편집해 본편에 넣었다고 합니다.
이 결정은 결말의 의미를 180도 바꾸면서 영화를 불멸의 명작으로 남기게 했습니다.
졸업의 사운드트랙입니다.
줄거리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뜻대로 살아온 모범생 벤자민은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부모님은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 벤자민을 환영하는 파티를 열지만 벤자민은 그 상황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막상 대학은 졸업했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고민에 빠진 벤자민은 방에 올라와 멍하니 있습니다.
그때 갑자기 로빈슨 부인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로빈슨 부인은 남편이 차를 가져갔다며 벤자민에게 집까지 태워달라고 합니다. 로빈슨 부인은 벤자민 부모님의 친구로 집안끼리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벤자민은 로빈슨 부인을 집까지 태워줬는데, 로빈슨 부인은 어두워 무섭다며 벤자민에게 함께 들어가자고 합니다.
로빈슨 부인은 벤자민을 집으로 끌어들여 억지로 술을 권하고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봅니다.
자기를 유혹하는 걸 알아챈 벤자민이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로빈슨 부인은 딸의 초상화를 보여주겠다며 벤자민을 딸의 방으로 데려갑니다.
거기서 로빈슨 부인은 벤자민에게 손이 닿지 않으니 자신의 드레스 지퍼 좀 내려달라고 부탁합니다. 끈질기게 부탁하자 벤자민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지퍼를 내리는데 벤자민 앞에서 옷을 벗습니다. 당황한 벤자민이 계단을 내려가자 로빈슨 부인은 현관 테이블에 있는 핸드백 좀 가져다 달라고 말합니다.
벤자민이 핸드백을 갖다 주자 로빈슨 부인은 오늘 내키지 않는다면 원할 때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말합니다. 이때 로빈슨 부인의 남편이 집으로 들어옵니다. 깜짝 놀란 벤자민은 부인을 바라다 드렸다며 위기를 모면합니다. 그 남편은 벤에게 자신을 풀어주라며 젊을 때 마음껏 즐기라고 충고합니다.
벤자민의 21번째 생일이 되자 부모님은 이웃들과 친척들을 초대해 파티를 엽니다. 벤자민은 생일 파티에서 잠수복을 입고 수영장에서 잠수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잠수복을 입고 물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벤자민은 기성세대의 권위적인 모습을 보며 답답한 듯 거친 숨소리를 냅니다.
벤자민은 로빈슨 부인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호텔로 그녀를 불러냅니다. 로빈슨 부인은 단숨에 호텔로 와서 대화하고 싶다는 벤자민의 말을 자르며 옷을 벗습니다. 공허한 섹스가 끝나고 벤자민은 끝없는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하지만 그녀의 치명적인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로빈슨 부인은 틈만 나면 벤자민을 불러내고 벤자민도 거절하지 않고 두 사람은 부적절한 만남을 이어갑니다.
벤자민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불안해하고, 부모님이 그런 벤자민을 압박할 때마다 로빈슨 부인을 찾게 됩니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결혼까지 하게 된 로빈슨 부인은 남편과 무의미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기에 각방을 쓰고, 그 사실을 벤자민에게 털어놓습니다.
로빈슨 부부에게는 딸 일레인이 있었는데 로빈슨과 벤자민 부모님은 두 집안 관계를 더 돈독히 하기 위해 벤자민과 일레인의 결혼을 원하고 있습니다.
벤자민은 일레인과 만날 생각이 없었는데 로빈슨 부인이 딸과 데이트하지 말라고 하자 무시당했다 생각하고 로빈슨 부인에게 악담을 퍼붓습니다.
자신은 따분해서 온 거라며 알코올중독자와 시간낭비한 거고 제일 부끄러운 일이라며 가겠다고 하자 로빈슨 부인은 말립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며 미안해하자 마음 약해진 벤자민도 항상 만나길 기다린다며 유일한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화해한 후 딸 일레인을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벤자민 아버지는 일레인과의 만남을 추진해 벤자민은 어쩔 수 없이 일레인과 만나게 되는데 일부러 스트립바로 데려갑니다. 일레인은 당황해 자신이 뭘 잘못했냐며 눈물을 흘리고 벤자민도 놀라서 변명합니다. 부모님의 강압에 만난 거라 함부로 했다며 미안하다고 하지만 눈물이 그치지 않자 벤자민이 키스를 합니다.
차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말하는 두 사람은 같은 또래라 서로 잘 통해 기분 좋게 대화합니다. 헤어지기 아쉬웠는지 술을 한잔하기로 하는데, 일레인이 호텔에 바가 있다며 그곳으로 가자고 합니다. 그 호텔은 벤자민이 로빈슨 부인과 밀회를 즐기던 호텔이었는데, 호텔 직원들이 벤자민을 알아보고 인사를 합니다.
당황한 벤자민이 다른 사람과 착각한 거 같다면서 일레인을 데리고 나옵니다. 일레인에게 유부녀를 만나고 있다고 고백한 벤자민은 고민하다가 일레인에게 다시 또 만나 드라이브하자고 합니다.
벤자민이 로빈슨 부인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로빈슨 부인은 절대 만나지 말라고 합니다. 둘 사이를 떼놓기 위해 자신과 만난다는 걸 다 말할 거라며 협박합니다
벤자민은 로빈슨 부인이 말하기 전에 선수 쳐서 일레인에게 먼저 고백합니다. 일레인은 충격받고 벤자민을 내쫓아버립니다.
벤자민과 자신의 엄마와의 관계를 알게 된 일레인은 다시 학교로 돌아갑니다. 일레인을 사랑하게 된 벤자민은 그녀와 결혼하겠다며 그녀를 찾아 떠납니다. 일레인이 다니는 학교로 찾아간 벤자민은 근처에 숙소를 얻고 그녀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벤자민의 숙소에 일레인이 찾아와 말합니다. 엄마가 친구와 호텔에서 술 마셨는데 벤자민이 취했으니 호텔에 머무르라고 한 후 자신을 강간했다고 들었다고 말합니다.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사실대로 말해주자 일레인은 충격을 받습니다. 확실한 계획이 설 때까지 벤자민에게 떠나지 말라고 하자 벤자민은 자신과 결혼하자고 합니다.
일레인을 쫓아다니며 계속 결혼하자고 조르자 일레인은 그럼 자길 끌고 가라며 시큰둥하게 말합니다. 벤자민은 결혼 생각에 신이 나 반지와 꽃다발을 사 집에 가는데 로빈슨이 와서 왜 그랬냐며 묻습니다. 놀란 벤자민이 부인이 아니라 딸 일레인을 사랑하고 결혼할 거라고 하자 로빈슨은 변태며 쓰레기라고 욕하며 갑니다. 그걸 본 집주인은 벤자민에게 나가라고 합니다.
아빠가 너무 충격받았다며 사랑하지만 떠나야 한다는 편지를 남기고 일레인은 학교를 떠납니다. 놀란 벤자민은 일레인 집에도 가보지만 없습니다. 로빈슨 부인에게 어디 있냐고 묻지만 대답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합니다. 계속 따지며 묻자 결혼식에 가야 한다며 말을 돌립니다.
일레인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걸 알게 된 벤자민은 서둘러 차를 몰아갑니다. 결혼식은 진행되고 그걸 본 벤자민은 일레인 손을 잡고 결혼식장을 빠져나와 버스를 타게 됩니다.
사랑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벤자민과 일레인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총평
루튼토마토 신선도 86% 관객점수 90%로 높으며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1967년 개봉 영화 중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는데 2위와 약 1.8배 이상 차이나는 엄청난 수익을 얻었습니다.
300만 달러로 촬영되어 1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해외 흥행까지 추산해 2억 달러가 넘으리라는 추정입니다.
1960년대 최고의 미국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역할을 한 영화입니다. 당대 극장 흥행과 OST 판매량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고, 이 정도로 흥행과 평론 모두 성공적이었던 60년대 말의 영화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제4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각색상,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사운드트랙으로 삽입된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가 상당한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나의 리뷰
내용을 전혀 모른 체 봤는데 60년대 영화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 파격적이어서 놀랐습니다. 또 전개도 빨라 옛날 영화 같지 않게 신선하고 재밌게 봤습니다.
드레스 입은 신부 손을 잡고 뛰어가 버스 타는 장면은 워낙 유명해 많이 봤는데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웃다가 얼굴 굳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인생의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며 멍하니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근데 이마저도 NG로 얻게 됐다는 걸 리뷰를 준비하며 알게 됐으니 이 또한 인생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준 듯합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에 선정된 만큼 보면 좋을 영화입니다.